생각정리

나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기

soulduse 2025. 2. 15. 17:32

개발자로서의 제 커리어는 다소 독특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문득 지난 회사 생활을 회상하며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첫 회사에서의 시련

가장 처음 취직한 회사에서는 서버 개발자가 되기 위해 서버 공부를 열심히 했고 지원했지만, 정작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당시에는 개발자로서의 실력도,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한 상태였고 잦은 야근에 점점 찌들어가던 저는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라는 자책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 회사와 새로운 시작

두 번째 회사(이 회사가 마지막 직장이 되었는데요)에서도 서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지원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도 또 안드로이드 개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실력 향상 방법을 고민하던 중, 개인 앱 개발을 통해 소소하게 커피값도 벌고 실력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제 개인 앱 개발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참석했던 개인 앱 세미나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개인 앱 개발로의 도전

퇴근 후와 주말을 개인 앱 개발에 매달리며 개발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순수 네이티브 개발만 할 줄 알아 만들 수 있는 앱이 정말 단순한 것뿐이었는데, 그렇게 10개 가량의 앱을 출시하고 나니 더 복잡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멋진 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서버 개발의 첫걸음

단순히 제가 가진 개발 실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막연하게 오랫동안 손놓았던 스프링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점에서 책 여러 권을 구매했는데, 기초를 다지는 것보다는 당장 API를 만들 수 있는 내용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당시 같이 스터디를 진행했던 동욱이 형이 블로그에 게시했던 '스프링부트로 웹 서비스 출시하기' 시리즈였습니다.

https://jojoldu.tistory.com/250

 

1) 스프링부트로 웹 서비스 출시하기 - 1. SpringBoot & Gradle & Github 프로젝트 생성하기

많은 웹 서비스 구축하기 강좌들이 Python, NodeJS, Ruby, PHP만 다루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인 Java로 웹서비스 구축 강좌는 본적이 없습니다. Java는 대부분 로컬에서 CRUD & localh

jojoldu.tistory.com

이 글들을 따라하며 서버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개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초석을 다졌습니다.

서버 개발자로의 전환

어설프지만 생애 처음으로 나만의 작은 API 서버를 구축하게 되었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좀 더 제대로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드로이드로 개인 앱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니,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서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회사에서 성장하기 전략을 선택했고, 전직을 요청드리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2년 차 안드로이드 개발자였던 저에게는 회사가 Kotlin과 Spring Boot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절호의 기회로 보였습니다. 조심스럽게 전직 상담을 요청드렸고, 다행히 회사에서 승낙해 주셔서 2년 차가 지난 시점에 서버 개발로 팀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인 업무 참여를 통한 성장

당시를 돌이켜보면 익숙해진 Kotlin 언어와 개인 서버를 약간 운영해 본 게 전부여서 많이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팀에 들어가자마자 "최대한 많은 이슈를 도맡아서 진행하자"라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매주 스크럼 회의 때마다 일감들을 분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그리고 초보자다 보니 난이도가 크지 않은 것들을 되도록 제가 다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회사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기도 했고, 일정에 차질이 없는 게 중요했기에, 과도한 업무 부담을 꺼리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간단한것 부터 귀찮은 작업은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이 일은 누가 할까요?"라고 물으면 다들 제 눈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서버 개발자로서의 성장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 자연스레 서버 개발 내공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클라이언트 앱에서 사용할 REST API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이는 제게 정말 필요하고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의 도메인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여러 차례의 조직 개편을 거치며 한 번의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마케팅 개발팀의 팀장이 된 것입니다.

마케팅 개발팀에서의 경험

개인 앱을 운영하며 깨달은 마케팅의 중요성은 이 역할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닌, 수익화 측면에서의 개발, 성과를 내기 위한 개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개발과 팀 매니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임팩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반대의 경우 일을 최소화하거나 거절하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1인 개발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수많은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사용자가 몰릴 것을 대비한 이벤트 서버 개발, 많은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 적용과 스트레스 테스트, 다양한 마케팅 요소를 개발로 구현하여 서비스의 매출을 높이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마케팅 관련하여 꽤나 재미있는 기능과 서비스들을 많이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리고 더욱 재미있었던 건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다고 느낀 점인데, 제 개인 앱에서 적용하며 효과를 봤던 코드와 DB 테이블들이 일부 거의 비슷하게 회사에 적용되어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회사에서 자주 사용했던 마케팅 관련 RestController, Service, Model 관련 Class와 DB 테이블을 제가 최초로 생성하여 Git에 기록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퇴사한 지 꽤 되어 아직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e.g) AdService, AdRestController, ...

전방위적 학습과 성장

개인 앱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했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서비스 출시가 멈춰버리거나 그저 그런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유튜브나 책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책장은 처음에는 개발 서적으로 가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돈을 버는 방법, 마케팅, 심리학 관련 서적들로 채워져 갔습니다.

원래는 개발 서적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책장에 ㅎㅎ

원활한 협업 경험

흔히 개발자와 기획자는 많이 싸우고,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앙숙 같은 관계라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들었는데, 저는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같이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자와 일할 때는 서비스가 수익을 내는 관점에서 수없이 머리를 굴리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종종 괜찮은 반응을 얻어 실제 서비스에 제 아이디어가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에는 디자이너분들과 항상 점심과 커피를 함께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물론 서버 개발로 전향하면서 같이 일할 기회가 줄어 자연스레 멀어졌지만요.)

[이미지출처: appknot 페이스북]
찾아보니 이런 책도 있네요 ㅎㅎ

나만의 방식으로 성장하다

이렇게 회사에서의 제 개발 커리어는 제가 하고 싶은 것, 만들고자 하는 것, 그리고 즐거움을 따라 쌓아갔습니다. 보통의 뛰어난 개발자분들은 대용량 트래픽 처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나, 회사의 핵심 서비스를 다루는 팀, 또는 다양한 이슈나 신기술을 사용해볼 수 있는 곳을 선택해서 커리어를 쌓아가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저의 욕망과 즐거움, 그리고 제가 꿈꾸는 이상을 좇아 커리어를 쌓아갔습니다.

우와 저거 재밌겠다 해봐야지!

 

마치며

깊이 있는 개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8년간의 회사 생활을 통해 저는 앱 개발부터 서버 개발, 서버 구축, 마케팅 관련 서비스 구현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은 어쩌면 돈을 주고도 쉽게 얻기 힘든 값진 자산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걸어온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늦어 보일 수도, 혹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시간들은 단순한 회사 생활이 아닌, 제가 꿈꾸던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제가 즐거워하는 것들을 찾아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나갈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진정한 성장은 남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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