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는 모니터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후 3시, 사무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의 키보드 위로 흘러내렸다. 그는 자신이 방금 마주한 화면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거야?"
화면 속 ChatGPT는 그가 한 시간 동안 풀지 못했던 버그의 정확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지난 주에 출시된 GPT-4였다. 2022년 말, 처음 ChatGPT를 접했을 때는 그저 재미있는 장난감 정도로 여겼다. 가끔 헛소리도 하고,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래도 신기했었다.
하지만 2023년 3월, GPT-4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준호는 고개를 젓고 코드를 복사해 붙여넣었다. 버그가 사라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따랐다. 창가에 서서 아래 거리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 구글링을 한 번도 안 했네."
사실, 지난 두 주 동안 StackOverflow를 열어본 적도 없었다. 왜 굳이 여러 페이지를 뒤적이며 정보를 찾아야 할까? GPT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이건 정말 혁명이야,"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바로 신용카드를 꺼내 ChatGPT Plus를 구독했다.
6개월이 지났다. 준호의 모니터 화면은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은 그가 작업 중인 코드, 오른쪽은 ChatGPT와의 대화창이었다. 이제 이것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이제 거의 모든 것을 AI에게 물어보네," 그는 생각했다. "코드 리뷰, 버그 수정, 알고리즘 최적화까지."
회사의 주간 회의에서 그의 팀장은 생산성 증가를 칭찬했다. "준호 씨, 요즘 일 처리가 정말 빨라졌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준호는 미소만 지었다. 모두가 AI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는 서로 말하지 않았다. 마치 작은 비밀처럼.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는 문득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하는 일의 90%를 AI가 도와주고 있어. 그렇다면... 내가 정말 필요한 걸까? 회사는 과연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필요할까?"
그의 스마트폰에 뉴스 알림이 울렸다.
「마크 주커버그: "2025년까지 중급 개발자를 대체할 AI가 출현할 것"」
준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2025년이라면...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2023년 가을이 되자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사팀은 신입 개발자 채용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임원들은 "효율성 증대"와 "리소스 최적화"를 이야기했지만, 모두가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준호의 동료 민지가 점심시간에 말했다. "너도 느끼지? 다들 AI를 더 많이 쓰고 있어. 예전에 3명이 했던 일을 이제 1명이 한다니까."
준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내가 충분히 좋은 개발자인지 의심스러워. AI 없이도 이런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민지는 샐러드를 포크로 찌르며 말했다. "내가 요즘 듣기로는 일론 머스크가 1~2년 안에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나올 거라고 했대. 샘 알트만은 AI로 1인 유니콘 기업도 가능하다고 하고."
"정말 무섭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민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 난 요가 선생님 자격증 따러 갈 거야."
준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날 밤, 준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꿈에서도 끝없는 알고리즘과 코드가, AI의 목소리가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다.
그의 개인 프로젝트, '메모리 키퍼' 앱이 화면에 떠올랐다. 취미로 시작했던 이 앱은, 놀랍게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용돈벌이 정도였지만, 최근 몇 달간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었다.
준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진짜 퇴사한다고? 미쳤어?"
동료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경기가 불안정한 시기에 안정적인 직장을 떠난다는 건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 준호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AI 시대에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팀장은 그의 사직서를 받아들이며 한숨을 쉬었다. "AI가 당신 같은 개발자를 대체할 일은 없을 거예요, 준호 씨."
준호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그날이 오더라도, 저는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6개월 후, 준호는 작은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있었다. 그의 '메모리 키퍼' 앱은 이제 세 배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두 번째 앱도 베타 테스트 중이었다.
AI는 그의 가장 중요한 동료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두려움 대신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는 AI가 할 수 없는 일—사용자의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의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예전 회사 동료 민지였다.
"어떻게 지내?" 민지가 물었다.
"생각보다 괜찮아," 준호가 답했다. "넌 아직 회사에 있어?"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지만 이제 부서가 절반으로 줄었어. 다들 불안해하고 있지. 넌... 행복해 보이네?"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행복하다기보다는... 평온해. 내가 AI를 두려워하는 대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거든. 이 변화가 얼마나 급격할지, 정말 개발자들이 모두 사라질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느껴."
민지는 그의 화면을 흘끗 보았다. "그래서... 그 요가 선생님 자격증은 어떻게 됐어?"
그들은 함께 웃었다. 카페 창밖으로, 도시는 평소와 다름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었지만,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길은 항상 열려 있었다.
준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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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와 나: 개발자의 새로운 여정 - 2
1년 후.준호는 집 베란다에 마련한 작은 작업실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이 석양에 물들어 있었다. 그의 세 번째 앱 '크리에이티브 마인드'가 드디어 완성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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