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ChatGPT-4가 출시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미 3.5 터보 버전으로도 엄청난 개발 생산성 증가를 체감하고 있었지만, 4버전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당시 회사에서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아직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나를 포함해 소수의 동료들만이 개인 비용으로 GPT 유료 구독을 결제하며 업무에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할수록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 그동안 업무의 병목이 되었던 부분들이 금세 해결되었다
- 코드 리뷰 시 동료들의 코드를 복사하고 전반적인 맥락을 설명하면 유용한 개선점을 정확히 짚어주었다
-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개념들을 친절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업무 전반의 퍼포먼스가 향상되고 시간 절약 효과가 대폭 이루어졌다. 나는 금세 ChatGPT 신봉자가 되었고, 팀장으로서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CTO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팀장 회의에서 AI 업무 활용에 대한 논의가 자주 거론되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동료의 적극적인 피드백 결과, 회사에서 희망자에 한해 ChatGPT와 Copilot 사용료를 지원하기로 결정되었다.
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우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묘한 분위기를 다시 한번 감지하게 되었다.
첫 번째 변화는 회사 내 고객센터 직원의 대규모 감축이었다.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AI 기반 고객센터 챗봇 도입 등으로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비용 절감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두 번째는 개발자 채용 중단이었다. 회사 지원으로 많은 개발자들이 ChatGPT와 Copilot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는 전반적인 개인 능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굳이 개발자를 더 뽑아야 하나?"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았다.
실제로 당시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들이 신입 공채와 경력 채용을 중단하며 'IT업계 혹한기'가 찾아왔다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생존에 대한 고민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실력의 상향 평준화: 나는 개발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 AI 발전 속도를 봤을 때 2~3년차와 5~6년차의 차이가 큰 의미가 있을까? 개발 실력의 상향 평준화가 금방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현재 실력이 부족한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 개인 사업의 가능성: 회사에서도 AI로 인한 업무 능력 향상을 체감하고 있는데, 개인 앱 개발에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많은 것들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시 개인 앱 수익은 회사 월급의 1~2배 수준이었다)
- 미래에 대한 불안: 생산성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도대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만약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점점 비용을 줄이고 싶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결국 "더 이상 회사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년간의 생존 실험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1년 육아휴직을 확보한 채 회사를 떠났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필사적으로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이 1년이라는 기간에 나의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수익 안정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의 하루 14시간 이상 코딩하며 평균 4~5시간만 잠을 자는 생활을 무한 반복했다.
1년이 지났을 때의 결과는 놀라웠다.
- 100개의 앱 추가 개발 및 출시
- 총 누적 개발 앱 300개 이상
- 월수익 회사 월급의 4~7배 달성
2024년 6월 육아휴직 종료와 동시에 더 이상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추게 되었다.
거대한 변화의 예고
최근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충격적인 경고가 이런 변화를 더욱 구체화해주고 있다. 그는 공개적으로 "'화이트칼라 대학살'이 온다"며 "1년에서 5년 안에 화이트칼라 직업의 절반이 사라지고, 실업률은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경제 대공황 시기 실업률 25% 정도)
더 충격적인 것은 변화가 이미 AI 개발사 내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앤트로픽의 엔지니어들은 더 이상 코드를 직접 짜지 않고 AI 시스템을 '관리'하며, "클로드(Claude)를 만드는 코드의 대부분은 이제 클로드가 직접 작성한다"는 것이다.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AI를 만드는 '양성 피드백 루프'가 이미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아마도 그리 머지 않은 시일 이내,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많은 서비스 회사들이 채택하게 되지 않을까)
현재 진행형인 변화
현재는 Claude Code, Codex와 같은 코딩 에이전트 프로그램들이 상용화되면서 내 작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는 더 이상 코딩을 직접 타이핑하지 않는다. 한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의 시간은 AI를 감독하고 관리하며 요청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나는 회사의 사정을 더이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 개발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거대 IT 기업 CEO들의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 엔트로픽 CEO: "화이트칼라 대학살이 온다"
- 엔비디아 젠슨 황: "더 이상 코딩 공부할 필요 없다"
- ChatGPT 샘 알트만: "1인 유니콘이 생길 것이다"
- 일론 머스크: "인공지능이 핵보다 위험하다"
그들은 무엇을 내다본 것일까?
마무리하며
이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2023년 3월부터 지금까지, 불과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2년 후에는 또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제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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